sophiekim :  1  2  3  4  8  9  11  12  손님  사용법  시간을 무시하는 기록  2011  2012  2013 

여러가지 의미로다가 시각적 요소들에는 낮은 우선순위를 매긴 채로 살고 있다. 시각적인 요소들에서 얻는 크나큰 즐거움이 그래도 현재 우선순위가 더 높은 다른 요소들에서 얻는 만족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=생각만으로 말고=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. 그래서 후회의 순간은 정말 찰나다. 


그동안 다닌 수많은 이사 중 날짜를 기억하는 건 단 하나다. 초등학교 삼학년 때 한 이사인데 왜 유독 그 날짜만 기억할까? 그 외에도 전환점이 된 이사가 적지 않았는데도 다른 이사들은 한 개도 기억 안 난다. 


뭘 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방향이 잡히는 데에만도 졸업 후 십 년이나 걸렸다. 선 긋고 지우고 선 긋고 지우고 통째로 뜯어내고 새 종이에 그리고 하다가 이제 스케치 겨우 마무리하고 소묘 들어간 기분, 솔직히 아직 시작도 안 한 기분인데 나이 생각하면 우울하다. 그런데 지금 대학원 가서 뭘 공부할지 방향을 잡는데 또 몇 년이나 시간이 걸릴 것을 생각하면 아득하다. 과정이 즐거울 것이고 결국엔 만족이 있을 거라는 걸 몰라서가 아니다. 그냥 진짜 말 그대로 시간이 아깝다. 


2014 / 12 / 김소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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